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시행 주체 변경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단계적 실행 능력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LH가 기존의 택지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토지 조성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시행사로 역할을 전환하는 것이다. 수도권 19만9000호 규모의 공공택지 중 LH 직접 시행을 통해 5년간 6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과거 3기 신도시 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제도 개선만으로는 공급 속도 향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을 활용해 기존 택지개발촉진법보다 효율적인 개발 절차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발표 후 7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주택 공급은 미진한 상황이다. 반면 제도 개선 이전에 택지개발촉진법으로 시행된 2기 신도시 위례신도시는 2006년 사업지구 지정부터 2011년 주택 공급 공고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3기 신도시 사업이 지연된 배경에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강제 토지 수용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공시지가 기준 보상액과 실거래가 간 격차, 높은 양도소득세 부담 등이 갈등 요소로 작용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지방공사들도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 진행 방식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대부분의 공기업은 정부 추진 의지에 따라 업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며 "3기 신도시가 정책 중요도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공급이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급 정책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핵심이며, 토지 수용 과정의 분쟁 등 절차별 문제 해결 역량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LH의 재정 부담 증가도 우려 사항이다. 현재 160조원에 달하는 부채 규모가 2028년 22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택지 매각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적자를 보전해오던 구조에서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면 재정 압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민간 건설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공공택지가 116만㎡에 4조3486억원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분양 위험까지 LH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건설업계에서는 LH 도급 사업의 낮은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사비 단가가 민간 사업 대비 현저히 낮은 데다 까다로운 정산 절차, 중대재해 처벌 강화 기조 등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조직과 인력이 축소된 LH의 시행사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LH의 부담을 덜어주고,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진행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사비 현실화와 안전관리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 없이는 계획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