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지역별 경제활동인구 격차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2042년 전국 15개 시군구에서 경제활동인구가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14일 공개한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지역 불균형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년층의 지방 이주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과장이 공동 작성한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2042년까지 전국 시군구의 노동인구 변화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경제활동인구 1만명 미만 지자체가 20년 후에는 15곳까지 급증하는 반면, 30만명을 초과하는 대규모 지자체는 18곳에서 21곳으로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상위 10%와 하위 10% 지역 간 격차가 현재 13.4배에서 2042년 26.4배로 두 배 가까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는 전체 시군구의 46%에 해당하는 105곳에서 경제활동인구가 30% 이상 줄어들고, 31개 지자체에서는 절반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연령인구가 35% 이상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김포시, 하남시, 화성시, 세종시, 진천군 등 극소수 지역만이 인구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연령대별 인구 이동 패턴이 지역 불균형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20대에서 30대 초반 청년층은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향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50대에서 60대 초반 중장년층은 반대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이주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이 완화될 경우 지역별 경제활동인구 불균등 지수가 개선되지만, 중장년층의 중소도시 이전이 중단되면 격차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장년층의 지방 이주가 지역 균형 발전에 매우 중요한 완충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 과장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지만 정책적 실현이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며 "중장년층은 이미 지방으로 이동하는 성향을 보이므로 경제적 혜택 제공 등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진하는 정책이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해결책으로는 우수한 교육·문화 시설과 양질의 취업 기회를 갖춘 지역 중심도시 조성을 통해 청년층이 지방에서도 성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책 확대와 복지·의료 인프라 개선을 통해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의 이전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과거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 상태가 개선된 중장년층은 더 나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어 지방 노동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국 차원의 획일적 접근보다는 각 지역의 인구 구조에 맞는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