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중국 위협에 "세제혜택 확대 등 정부 지원 절실"

2025.09.23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중국 위협에 "세제혜택 확대 등 정부 지원 절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의 막강한 추격으로 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세제 지원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강화 등 정부의 총체적 지원을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포럼'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산업부 관계자들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업계 전반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위기 인식을 공유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박진한 이사는 발제를 통해 액정디스플레이(LCD) 분야는 이미 중국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한국, 중국, 대만 업체 간 건전한 경쟁 구도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용 패널 조달도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이사는 "세계 OLED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70%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2028년에서 2030년 사이 중국이 한국을 역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은 중국이 "차원이 다른 산업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여 일시적 공급 과잉을 유발한 뒤 경쟁국들을 굴복시키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첨단 제조업의 대표적 희생양이 될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는 정부에 구체적인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속적 투자 여건 조성을 위해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례가 최근 5년간 21건에 달하는 만큼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처벌 체계와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현행 세제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 업종에는 현재 제도가 부적합하다"며 "미국 IRA와 같은 직접 환급제와 제3자 양도를 통한 현금화 방안이 도입되어야 기업들이 적자 상황과 무관하게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R&D 시설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재·부품·장비 업계도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김병욱 동진쎄미켐 사장은 공급망 안정화와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산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활용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성준 에이치비테크놀러지 대표는 "디스플레이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가 대형인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탄력성 확보와 미래 지향적 R&D 강화, 기업 중심 과제 설계가 병행되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인재 육성과 연구 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 등 포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장혁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디스플레이 차세대 기술 부상과 함께 전문 인력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업계 특화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R&D·세제·인력·인프라 지원을 아우르는 디스플레이 특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며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 시장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의 산업 장기 비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