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로 향한 두산 경영진 "AI 전환, 시간 많지 않아"

2025.09.23
실리콘밸리로 향한 두산 경영진 "AI 전환, 시간 많지 않아"

두산그룹이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경영 혁신에 나섰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한 핵심 경영진이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시애틀과 실리콘밸리 일대를 찾아 글로벌 AI 선도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미국행에는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유승우 ㈜두산 사장,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부사장 등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들과 김도원 지주부문 최고전략책임자를 포함한 각 회사 전략 책임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출장으로 AI 혁신에 대한 두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다.

박지원 부회장은 동행한 임원들에게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AI를 도입해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디지털 전환의 시급성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산 경영진은 첫 일정으로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사례들을 검토하고, 물류 시설에서 운영 중인 자동화 솔루션과 로봇 기술을 직접 확인했다. 아마존은 음성 인식 서비스 알렉사를 비롯해 고객 데이터 분석, 창고 운영, 자동화 시스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어 제조업체인 두산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다음 방문지인 엔비디아에서는 에이전트 AI와 물리적 AI 기술의 현재 상황과 적용 사례를 파악하고, 사업 부문별 활용 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두산그룹은 에너지와 건설장비 분야에 특화된 물리적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이번 만남이 관련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리적 AI는 인간 수준의 판단력을 갖춘 AI가 실제 기계나 로봇 하드웨어와 결합되어,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 행동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제조업 기반의 두산그룹 포트폴리오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핵심 기술이다.

경영진은 또한 두산과 산학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스탠포드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 연구팀과도 만날 계획이다. 최예진 교수 등 주요 연구자들과 함께 AI 기술 동향 전반에 대해 심층적인 학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최 교수는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2023년과 2025년 연속으로 선정된 세계적 권위자다.

두산은 지난 4월 글로벌 산업재 기업 중 처음으로 스탠포드 HAI와 산학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로보틱스와 전통 제조업 분야에 적용될 AI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고, 두산의 사업과 연관된 연구 성과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퍼플렉시티, 피지컬인텔리전스 등 물리적 AI 분야 스타트업들과 맥킨지, BCG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 전문가들과도 만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향후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4일간 진행되는 이번 미국 출장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여유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밀한 스케줄로 구성되었다. 두산 관계자는 "그동안 AI 관련 조직 확충과 경영진 대상 AI 교육을 지속해왔다"며 "이번 출장을 기점으로 AI 혁신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