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통화정책 완화보다 우선 시행해야 주택가격 안정화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증가폭을 최대 2.1%포인트 줄이는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평가도 함께 제시했다.
한은이 2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거시건전성 정책의 파급효과 분석 및 통화정책과의 효과적인 조합' 연구에 따르면, LTV·DSR 등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도입될 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을 약 0.4%포인트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제 조치가 금리 인하 시점보다 4~6개월 늦어질 경우 상승세 완화 효과는 0.2~0.3%포인트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연구진은 서울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들을 종합 분석해 거시건전성 정책 지수를 산출했다. 이를 통한 모형 분석 결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면 향후 1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을 평균 1.6% 하락시키고 주택담보대출을 1.7%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규제 강화가 경제 성장에는 유의미한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27 대책의 구체적 효과를 살펴보면, 해당 조치 없이는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약 6% 상승하고 주담대가 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각각 3.7~4.3%, 3.2~3.6% 수준으로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6~2.1%포인트, 1.2~1.6%포인트의 억제 효과를 의미한다.
한은은 작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8.2% 상승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수급·심리 요인이 36.2%, 금리 요인이 22.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경기 요인은 오히려 20.8%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음에도 집값이 오른 것은 금융 완화와 시장 심리가 주도했다는 해석이다.
최창훈 한은 경제모형실 거시모형팀 과장은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없이 기준금리 인하가 먼저 단행될 경우,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정책당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해석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경기 침체와 금융 불균형 확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성장 촉진 효과는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다음 달 예정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한은이 정부에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