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 관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복합 위기를 전동화 역량으로 극복하겠다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8종 이상으로 늘리고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9년 시작된 이후 첫 해외 개최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위기 극복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뇨스 현대차 CEO는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글로벌 판매량 확대,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으로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엔트리부터 럭셔리까지 포괄하는 18개 차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출시하고, 합리적 가격의 엔트리 하이브리드도 개발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현지 특화 전략으로 접근한다. 유럽에는 내년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를, 중국에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에 이어 내년 준중형 세단을 선보인다. 인도에서는 2027년 소형 SUV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7년 출시한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일반 전기차보다 55% 작은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판매 목표는 올해 417만대에서 2030년 555만대로 설정했다. 이 중 친환경차 비중을 현재 25%에서 60%(33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비중을 올해 30%에서 2030년 77%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생산 기반도 확충한다.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연간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인도 푸네 공장을 25만대 규모로 가동하는 등 글로벌 생산능력을 120만대 추가 확보한다.
투자 규모는 지난해 발표한 70조3000억원에서 7조원 늘어난 77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연구개발에 30조9000억원, 설비투자에 38조3000억원, 전략투자에 8조1000억원을 배정한다. 미국 투자만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재무 목표는 2030년 연결 영업이익률 8~9% 달성을 제시했다. 올해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영업이익률 목표를 6~7%로 하향 조정했다.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은 2030년까지 10만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북미 시장에서는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 출시하고, GM과 5개 차종 공동 개발, 웨이모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도 지속한다.
주주환원 정책으로는 2027년까지 매년 최소 35%의 총주주환원율과 주당 최소배당금 1만원을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