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일 금통위원 "올해 금리 1회 추가 인하 필요…현재는 금융안정에 무게"

2025.09.23
황건일 금통위원 "올해 금리 1회 추가 인하 필요…현재는 금융안정에 무게"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금융안정 측면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기대처럼 연내 한 번 정도는 인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0월이 될지 11월이 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 위원은 경기 상황에 대해 "수출과 소비는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지만, 이를 압도할 정도로 건설 부문 부진이 심각하다"며 "공사 중단 등으로 더 악화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이 9월에도 증가하고 있어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을 가장 걱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27 대책과 9·7 대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지만, 기대심리로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이것이 본격적으로 가계대출과 연결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추석 연휴 전후 상황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휴 기간 가족들이 모여 부동산 관련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며 "현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금융안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차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금통위원에 비해 내외금리차를 민감하게 본다"며 "점차 줄여나갔으면 좋겠다는 시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미 간 정책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상단 기준) 수준이다.

최근 부각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과 관련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영역"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외환거래 안전판이므로 다양하게 체결하면 할수록 좋다고 본다"면서도 "협상 전략을 상대방에게 공개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140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수준이 과하다는 생각이 있지만, 레벨보다는 변동성을 더 크게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지수가 97 전후로 안정됐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언저리인 것은 일부 금통위원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의 대응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전례 없던 민간의 화폐 창출 기능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분야"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외환관리를 엄격히 해왔고, 원화가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어서 외환 유출과 관련해 민감하다"며 "은행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황 위원은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 등에 대해 정부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게 주장해야 한다"며 "의무지출 중 4대 공적연금,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등은 변화된 시대에 맞게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