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발생한 KT 휴대폰 불법 소액결제 사건의 주요 용의자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정보통신망 침해 및 컴퓨터사용 사기 혐의로 중국 국적 A씨(48세)를,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국 국적 B씨(44세)를 각각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3분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입국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으며, B씨는 같은 날 오후 2시 53분경 서울 영등포구에서 긴급체포됐다. 두 용의자 모두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동포로, 합법적 체류 자격으로 국내에서 일용직에 종사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하순부터 이달 상순까지 위조 소형 기지국 설비를 승합차량에 적재한 채 수도권 특정 구역을 이동하며 KT 가입자들의 모바일 기기를 불법 접속해 상품권 구입이나 교통카드 충전 명목의 소액 결제를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이렇게 획득한 디지털 상품권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작업 중 수사당국은 A씨가 범죄에 활용한 위조 소형 기지국 설비를 압수했다. 이 기기는 각종 통신 장치와 안테나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사에서 범행 당일 해당 장비를 차량에 탑재하고 피해 지역 인근을 순회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하지만 A씨가 이 장비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 명의의 휴대폰에서 정보를 빼내고 소액 결제를 성사시켰는지에 대한 기술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까지는 A씨가 홀로 장비를 운반하며 단독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수사 진행에 따라 추가 공범이 드러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B씨와 A씨 간의 구체적인 연관성이나 사전 공모 여부, 서로 면식이 있었는지 등 정확한 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두 용의자 모두 KT를 포함한 이동통신업체에서의 근무 경력이나 통신망 관련 업무 이력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최초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후 약 13일 만에 용의자 검거로 이어졌다. 당초 광명경찰서에 접수된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새벽 시간대 피해자들 모르게 휴대폰에서 소액 결제로 각각 수십만원씩 빠져나갔다는 신고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KT 가입자였으며 광명시 소하동 지역 거주자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언론 공개 이후 유사한 피해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면서 광명과 인접한 서울 금천구,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와 과천시 등에서도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경찰 집계에 의하면 12일 오후 6시 현재 유사성 검토를 완료한 KT 소액결제 피해 사례는 총 199건으로 피해금액은 1억2천600만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일 공개한 KT 자체 조사 결과는 278건, 1억7천여만원으로 더 큰 규모였어서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은 수사 개시 직후 A씨와 B씨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핵심 인물인 A씨는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11일 언론사들에 용의자 체포 시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자신이 수배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한국에 재입국한 A씨는 결국 공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서는 사전 발급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으며, B씨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분적으로 확인해 긴급체포 조치했다.

경찰은 기초 조사 완료 후 두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에게 도주 및 증거인멸 위험성이 존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세부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라며 "수사 진행 중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