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6·25 전쟁 중 미군 구한 91세 노인에게 75년 만의 인도주의 봉사상 수여

2025.09.23
美 정부, 6·25 전쟁 중 미군 구한 91세 노인에게 75년 만의 인도주의 봉사상 수여

한국전쟁 당시 부상당한 미군 병사를 구해낸 세종시 거주 임창수(91) 옹이 전쟁 종료 75년 만에 미국 정부의 인도주의 봉사상을 받았다. 세종시는 23일 임 옹이 지난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25-1차 한미동맹컨퍼런스에서 미 육군 인도주의 봉사상과 한미연합사령관 명의 감사장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임 옹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초기 금강 방어선 교전 후 급작스런 퇴각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고 현재 세종시 금남면 영대리로 도피한 미군 랠프 킬페트릭 상사(당시 27세)를 발견했다. 당시 공주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10대 소년이었던 그는 영대리 후산인 금병산 자락에서 킬페트릭 상사를 만나 77일간 헌신적으로 돌봤다.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인민군이 마을에 침투하자, 임 옹은 미군 병사를 자택으로 데려와 은신시켰다.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계속되었는데, 킬페트릭 상사가 숨어있던 멍석 위로 인민군이 앉기도 했고, 얇은 창호지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적의 시선을 피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77일간의 극한 긴장과 고난이 이어진 10월 1일, 임 옹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세가 뒤바뀌어 금남면 대평리를 거쳐 북진하던 미군 부대에 킬페트릭 상사를 무사히 넘겨주었다. 본국으로 돌아간 킬페트릭 상사와는 1972년 주한미대사관을 거쳐 재연락이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편지 교환을 통해 지속적인 우정을 유지했지만, 킬페트릭 상사가 1975년 심장병으로 사망하면서 교류가 중단됐다.

훗날 킬페트릭 상사의 여동생으로부터 유산 증여 제안을 받은 임 옹은 이를 극구 사양했으며, 해마다 6월 25일마다 금병산에 올라 은인을 기리는 추모를 계속해왔다. 이 감동적인 일화는 전쟁 종료 75년 후 임재한 세종시 문화해설사를 통해 최민호 세종시장에게 전달되었고, 시장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월요이야기'에서 소개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임 옹은 올해 6월 25일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제75주년 6·25 전쟁 기념식에서 세종시장 감사패를 수상했으며, 7월 11일 개미고개 추모식에서는 국방부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이번 미국 정부의 인도주의 봉사상 수여는 올해 개미고개 추모식에 참가한 미2항공전투여단 3-2항공대대 마이클 폴링 중령이 이 사연을 접하고 즉시 본국에 보고한 결과 단 2개월 만에 실현되었다.

미국 정부는 전쟁 중 목숨을 내걸고 부상병을 구한 임 옹의 희생정신과 인도주의 정신을 인정해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2차 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웅 킬페트릭 상사를 구해낸 임 옹이 견고한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 명의 감사패도 함께 전달되었다.

최민호 시장은 "조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생명을 바쳐 헌신한 미군과 애국시민의 우정은 한미동맹의 생생한 상징이 될 것"이라며 "향후 대한민국 수호에 기여한 국가유공자 발굴과 예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