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 출신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한 개인 카페의 포장 방식을 공개 비난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평소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지만, 이번에는 의도와 달리 개인 사업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2일 줄리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특정 카페의 음료 컵 사진을 게시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2중컵도 아닌 3중컵까지 등장했다"며 "이런 것을 정말 왜 하는지 모르겠다. 과도한 포장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업체의 계정을 직접 태그하면서 "이 곳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사업자분들이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환경보호를 위한 소통 활동을 꾸준히 해온 그는 이전에도 일회용 컵을 겹쳐 제공하는 '2중컵' 관행을 꾸준히 문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호명이 노출된 채 공개 저격을 당한 카페 측의 반박으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해당 카페 운영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A씨는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이 저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비난했다"며 "사전에 개인 메시지로라도 의견을 전달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런 소통 없이 그냥 공개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A씨는 3중컵 사용의 불가피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천연 원료로 직접 음료를 제조하며, 신속한 냉각을 위해 미세한 알갱이 형태의 얼음을 사용한다"며 "이런 얼음은 빠르게 녹아버려 음료의 맛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단열 효과가 있는 컵을 겹쳐서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초기에는 포장재를 줄이려고 지퍼백을 사용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해 현재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환경을 위한 생각은 충분히 이해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영세한 1인 사업자로서 이런 글의 파급력이 매우 두렵다"며 "현재도 댓글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 손이 떨릴 만큼 무섭다"고 호소했다.
A씨의 해명이 각종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산되면서 줄리안의 접근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줄리안은 상호명이 드러난 사진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가게를 태그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미리 해당 매장에 연락을 취하거나 로고를 가렸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사장님께 직접 사과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선택한 방식으로 인해 특정 브랜드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2중컵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려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인정했다.
줄리안은 "3중컵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성급하게 스토리를 올렸다"며 "다시 한 번 제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향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이미 끼친 피해가 있기 때문에 카페 사장님께 제가 드린 손해에 대한 보상 방안을 여러 개 제안했다"며 "세상을 위해 노력하려던 마음이었지만 잘못 표현해 피해를 드린 점 거듭 사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특정 개인이나 사업장을 공개적으로 지목해 비판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으로 얼굴을 알린 줄리안은 이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올해 탄소중립 실천 공로로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작년에는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시민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