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소나무재선충병 급증…산림청, AI 기술과 수종교체로 대응 강화

2025.09.24
기후변화로 소나무재선충병 급증…산림청, AI 기술과 수종교체로 대응 강화

기후변화에 따른 매개충 활동 시기 단축과 서식지 확대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산림당국이 인공지능 기술 활용과 함께 근본적인 대응 전략 전환에 나섰다.

산림청은 24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을철 방제 실행방안을 발표하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재선충병 피해목이 149만 그루로 집계돼 전년 90만 그루 대비 65.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218만 그루를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던 추세가 2023년부터 재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경북 포항·경주·안동, 울산 울주, 경남 밀양·창녕 등 6곳이 극심 구역으로 분류됐으며, 이들 지역에 전체 피해의 54%에 달하는 80만 그루가 집중됐다. 심각 구역까지 포함하면 10개 시·군에서 전국 피해의 64%인 95만 그루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번 상황 악화는 기후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우화 최성기가 2019년 5월 11일에서 작년 5월 2일로 9일이나 앞당겨졌다. 기온 상승으로 해충 활동기간이 길어지고 분포 영역이 넓어진 반면, 소나무류는 생육 환경이 취약해져 감염에 더욱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기존 매개충 제거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첨단기술과 근본적 해법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헬기와 드론을 이용한 기존 탐지 방법에 인공지능과 라이다 센서를 접목해 의심목 선별의 자동화를 추진한다. 탐지된 의심목은 유전자 진단키트로 현장에서 즉시 감염 확인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개편한다.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다층 방어망을 구축한다. 국가선단지와 백두대간, 금강소나무림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전문 인력과 첨단 장비를 우선 배치하고, 도시와 하천, 활엽수림을 완충 구역으로 활용하는 다중 차단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집단 발생 지역에서 수종교체 방제를 본격 실시한다는 것이다.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는 수종이나 기후위기에 적합한 수종으로 바꾸는 이 방법은 특별방제구역 등 피해가 심각한 곳을 중심으로 산주와 지역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된다.

아울러 인위적 확산 방지를 위한 단속도 강화한다. 최근 신규 발생 사례의 75%가 인위적 이동으로 추정되는 만큼, 화목 농가와 소나무류 취급 업체에 대한 계도·단속을 확대하고 무단 이동 적발 시 사법처리를 통해 경각심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용권 산림재난통제관은 "매개충 활동 시기가 빨라지면서 피해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며 "산주 동의를 거쳐 기주식물 제거와 함께 AI 기반 예찰, 핵심지역 집중 방제, 건전한 숲 조성을 통해 산림생태계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이번 가을부터 내년 5월까지의 방제기간 동안 감염우려목 포함 총 261만 그루에 대한 방제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