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병원 근로자 3천600여명이 24일 무기한 총파업에 나섰다. 지난 17일 경고성 1일 파업 이후 병원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없자 예고했던 전면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병원 본관 로비 앞에서 집회를 열고 투쟁 선언을 했다. 조합원들은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 의사를 제외한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노조가 핵심으로 내세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현재 72단계로 운영되는 호봉제도의 개선이다. 2015년 도입된 이 체계로 인해 호봉 간 임금 증가폭이 1만~2만원에 그쳐 다른 국립대병원의 10만원 수준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5년 이상 근속자 퇴직률이 28.6%로 전국 국립대병원 평균 16.3%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공공의료체계를 일원화하자는 요구다. 노조는 지역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총괄체계 구축을 위해 이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축소된 187개 병상의 원상복구, 필수인력 확충, 어린이·청소년 무상진료 시범사업 실시, 의사성과급제 폐지 등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김영태 병원장이 복지부 이관은 교수들 반대로 불가하다고 하고, 호봉제도 개선은 인사경영권 문제라며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태석 파업대책본부장은 "병원 경영진이 수익 증대와 비용 절감만 추구하며 공공의료 강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태 원장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파업 후 만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 부문은 파업에서 제외해 환자 안전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의 외래진료도 정상 운영되지만 일부 검사업무에서는 지연이 예상된다고 병원 측이 전했다.
한편 함께 경고파업에 참여했던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은 노사교섭에서 성과를 거두며 24일 예정됐던 연대파업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