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경 추도 현장에 예고없이 찾아온 당직팀장에 유족들 격분

2025.09.22
순직 해경 추도 현장에 예고없이 찾아온 당직팀장에 유족들 격분

갯벌 고립자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34) 경사의 마지막 추도식이 22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전망대에서 거행됐다. 이곳은 이 경사가 발견된 꽃섬과 가장 인접한 곳으로, 사고 11일 만에 유족들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 위해 찾은 장소였다.

"재석아 엄마 왔어. 신속히 구하러 왔다면 재석이 살아있을 텐데. 너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야." 이 경사의 모친은 국화꽃다발을 든 채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아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들은 고인이 평소 애호했던 치킨과 커피, 소주를 준비해 간소한 제사상을 차렸다. 어머니는 "너는 훌륭한 해양경찰관이었어. 엄마가 영원히 기억할게"라며 "그곳에서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얼마나 도움을 기다렸을까"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추도행사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2시간가량 지연됐다. 사고 당일 당직을 담당했던 B 경위가 정복 차림으로 국화꽃을 들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B 경위는 무릎을 꿇은 채 "재석이를 마지막까지 보호하지 못해 너무도 송구스럽다"며 "검찰 조사에서 알고 있는 모든 진실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B 경위를 향해 국화꽃을 던지며 "네가 이곳에 왜 나타났고 장례식장에서 단 한 마디 사과라도 했느냐"며 "이것은 전시용 쇼에 불과하다"고 분개했다. B 경위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파악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며 "부디 사실만을 보도해달라"고 호소했으나, 추가 질의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B 경위는 이후 사고지점에 국화를 놓고 오겠다며 단독으로 갯벌에 진입했다가 물이 발목과 무릎 사이까지 차오르자 해경에 의해 구출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중부해경청 특공대와 인천해경서 구조팀 등 32명과 경비함정 6척이 동원됐다.

추도식을 마친 후 어머니는 인근 어촌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팀장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검찰 수사에서 그 의문점들을 해명해달라"며 "전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에 제기된 은폐 의혹도 명확히 확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갯벌 고립자를 구하기 위해 단독 출동했다가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결국 사망했다. 당시 영흥파출소에는 6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그중 4명이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동일 시간대에 부여받아 이 경사와 B 경위만이 근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앞서 당직팀 동료 4명은 기자회견에서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 관련 함구령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