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시에 걸었던 부적절한 표현의 홍보 현수막을 둘러싼 격한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에 나섰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22일 경주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월성원자력본부의 현수막 게재로 시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월성본부는 지난 15일 경주 도심 16개 지점에 '5년간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에 지방세 2천190억원을 납부했다지요?', '벚꽃마라톤대회 때 월성본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국수도 맛있게 드셨잖아요!'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표현이 시민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이라며 분개했고, 한수원 측은 설치 후 불과 2-3시간 만에 모든 현수막을 긴급 회수했다.
전 직무대행은 "본래 지원 사업을 홍보하려는 의도였으나, 문구와 표현 방식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명백한 우리의 실책"이라며 "공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할 입장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그는 향후 모든 대외 홍보 활동에서 시민들의 시각과 지역 감정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하고, 내부 심사 및 결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여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자 김민석 국무총리도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월성본부에서 제작하여 경주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총리는 특히 '무상 국수 제공' 문구에 대해 "지나치게 모독적인 표현"이라고 규정하며 "공공기관의 지역 지원은 '푼돈 시혜'가 아니다. 주민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로는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며, 그런 비꼬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총리는 "이번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하고 전체 공직자들의 대국민 소통 방식을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한수원은 국무총리실 감찰과 자체 감사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완료 후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인사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 직무대행은 "임직원들이 지역에 은혜를 베푸는 듯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점을 깊이 성찰하며, 모든 구성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을 섬기는 자세를 갖추도록 철저히 지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