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작 '서울의 봄' 속 치열한 대결 장면이 펼쳐졌던 전남 광양항이 이번에는 특별한 상영관으로 탈바꿈한다. 다음 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이 이곳에서 막을 올린다.
24일 광양시 수산물유통센터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정인화 광양시장과 이혜영 사무국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축제의 개요와 준비 현황을 발표했다. 2023년 순천에서 치러진 첫 번째 행사가 자연 중심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번 두 번째 행사는 역동적인 산업도시의 정체성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번 축제의 핵심은 영화가 제작된 바로 그 장소에서 해당 작품을 관람하는 국내 최초의 실험이다. 이혜영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촬영이 이뤄진 현장에서 직접 그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며 "이전 행사에서 제기된 분산 운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청 앞 광장에 '남도 영화 마을'을 조성해 구심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광양항에 조성된 컨테이너 특별 상영관이다. 이곳에서는 작품 상영과 함께 풍부한 부수 행사들이 이어진다. '서울의 봄'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쇼, 가수 김사월의 특별 공연, 그리고 배우에서 연출가로 변신한 류현경·문혜인·이정현·조은지가 참여하는 대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정인화 시장은 "광양은 '명량', '부산행', '극한직업', '서울의 봄', '택시 운전사' 등 대표적인 흥행작들과 중요한 작품들의 무대가 된 곳"이라며 "컨테이너 부두라는 상징성 있는 장소에서의 상영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양이 교역과 컨테이너항을 보유한 경제 허브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 문화·교육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시청 앞 광장 '남도 영화 마을'에서는 인공 눈꽃 특수효과, 사진 촬영용 '디렉터스 존', 키링 만들기 체험, 어린이 대상 특수분장 체험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운영된다. 특히 눈 구경이 어려운 광양 지역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설계된 인공 눈꽃 체험은 아이들과 가족 관람객들이 영화 같은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번 행사는 '광양, 빛과 철로 물들다'라는 주제 아래 12개국 81편의 작품을 5일 동안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정승오 감독의 '철들 무렵'이 선정되어 세대 간 돌봄과 자립, 의존의 문제를 다루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폐막작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엠마뉴엘 쿠르콜 감독의 '팡파르'로, 소규모 마을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광양과 유사한 정서를 전달한다.
남도장편경쟁 부문에는 8편, 단편경쟁 부문에는 20편이 출품됐으며, '남도의 시선' 섹션을 통해 장·단편 15편이 소개된다. 이 밖에도 '남도 피크닉', '남도 스펙트럼', '광양 천만 영화 특별전', 로컬 프로그래머 2기 등 지역성과 남도 고유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속된다.
영화제 운영진은 이번 시즌2에 2만~3만 명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순천에서 개최된 시즌1에는 약 2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광양시는 영화제 기간 중 미디어아트국제페스티벌(22일 시작)과 숯불 불고기 축제(24일 시작)를 동시 개최해 세 행사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