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경찰청이 한화의 특정 계열사가 벤처기업의 핵심 기술을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고 20일 공개했다. 경찰은 해당 계열사 본사와 관련 협력회사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실시하며 증거자료 수집에 나섰다.
천안에 소재한 방열기술 전문업체가 제기한 이번 고발 사건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분쟁의 전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고발인 측은 한화가 인수협상 단계에서 획득한 자사의 핵심 영업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해 경쟁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는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을 위해 해당 벤처기업에 매수제안을 했고, 약 4개월간 기업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됐고, 한화는 6개월 후 독립적인 자회사를 신설했다. 문제는 그로부터 1년 반 뒤 한화가 벤처기업과 유사한 방열제품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벤처기업 경영진은 "통상 4년이 소요되는 개발과정을 단 1년 만에 완료한 것은 우리 기술자료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실사 과정에서 노출된 설계도면과 제조공정이 악용됐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한화 측 협상 담당자들이 과거 삼성전자에서 해당 벤처기업과 4년간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들이라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반면 한화 측은 이러한 주장을 전면 부정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방열기술 자체가 학술논문을 통해 이미 공개된 범용기술"이라며 "전문연구인력을 충원해 독자적 연구개발을 통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실사 과정에서 입수한 모든 자료는 협상 종료와 함께 완전히 폐기했다"며 "가격 조건과 생산역량 부족으로 인수가 무산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간 입장차이가 첨예한 가운데 한화는 제3기관을 통한 객관적 기술검증을 제안했으나, 벤처기업 측은 "이미 업그레이드된 현재 제품으로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며 "초기 설계자료와 실제 생산라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충남경찰청 산업기술보안수사팀은 경기도 성남 소재 한화 계열사 사무실과 3개 협력업체에서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들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수사관계자는 "증거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한화 측 핵심관계자들을 소환해 심층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양측 주장이 상반되는 만큼 신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