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운항 초기부터 안전 우려와 고장 문제 잇따라 발생

2025.09.23
한강버스 운항 초기부터 안전 우려와 고장 문제 잇따라 발생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서울시 한강버스가 운영 초기부터 다양한 안전 문제와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92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수상교통수단이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운항 중인 한강버스 내부에서 심각한 안전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특히 비상시 필수적으로 사용돼야 할 유아·어린이용 구명조끼 보관함이 경사로에 막혀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2시간여 운항 내내 캐비닛 문이 열리지 않아 실제 응급상황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관계자 외 출입이 금지된 전기장비실이 활짝 개방된 채 운항된 점이다. 고전압 위험이 존재하는 이 공간은 정전이나 조타 상실을 야기할 수 있어 절대 개방돼서는 안 되지만, 담당자가 "깜빡했다"는 이유로 방치됐다. 소화기 점검 역시 12일 이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의 안전점검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출항 이틀 전까지 일부 선박의 AIS 미부착, 발전기 고장 등이 발견됐으며, 선원들의 안전장비 숙지 부족과 승객관리 미흡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침몰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승객 인적사항 파악이 불가능한 시스템 부재가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운항 개시 나흘 만에는 실제 기계적 고장이 연달아 발생했다. 22일 저녁 퇴근시간대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복판에서 20여분간 멈춰 서면서 승객 114명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 하차해야 했다. 같은 시간대 마곡행 선박도 전기계통 이상으로 결항되면서 양방향 운항이 모두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승객들은 고장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내방송조차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탑승객은 "20분 넘게 서 있었는데 안내방송도 없고 승무원도 보이지 않았다"며 "도착 직전에야 하차 안내를 받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보여주기식 안전관리'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등 항해사는 "구명조끼 개수만 채워서 검사를 통과하려는 발상이 느껴진다"며 "실질적인 승객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배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한강버스 운행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부실한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시민 안전 관련 사항을 출항 직전까지 준비하지 못한 것은 졸속사업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강버스는 운항 3일 만에 누적 이용객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평균 좌석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관광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출퇴근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의 긴 배차간격과 127분의 소요시간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중교통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구명설비 관리, 전기장비실 통제 등은 단순한 현장관리를 넘어 시 차원의 철저한 감독과 정기점검, 운영사 교육 강화 등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