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 대만 유튜버 폭행 가해자, 한국인 남성으로 확인

2025.09.17
홍대 거리 대만 유튜버 폭행 가해자, 한국인 남성으로 확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대만 국적 여성 유튜버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한국인 남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이 초기에 중국인 가해자라고 잘못 발표했다가 7시간 만에 정정하면서 피해자가 온라인상에서 2차 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마포경찰서는 17일 오후 "지난 14일 새벽 5시 34분경 홍대 거리에서 대만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실랑이가 발생해 상호 폭행이 이루어진 사건이 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가해자는 중국 국적 20대 남성"이라고 밝혔던 내용을 번복한 것이다.

구독자 46만 명을 보유한 대만인 유튜버 리잉 유(26)는 사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홍대에서 한국인 남성들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친구와 거리를 걷던 중 남성 2명에게 "함께 하룻밤을 보내자"는 제안을 받았고, 한 남성이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리잉 유가 "친구를 만지지 말라"고 제지하자 남성은 손가락 욕설을 했고, 이에 맞받아친 리잉 유의 뺨을 때리며 폭행으로 이어졌다. 그는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계속 따라붙는 남성들과의 몸싸움에서 엄지손가락 골절과 전신 타박상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경찰의 잘못된 국적 발표로 인해 리잉 유의 SNS에는 "한국 남성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혐한 행위"라는 취지의 악성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하지만 그는 "가해자는 분명히 한국인이었다"며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했고 외국인등록증이 아닌 한국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혼선의 원인에 대해 "사건 다음날인 15일 새벽 비슷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또 다른 대만 여성이 중국인 남성에게 폭행당한 별개 사건이 발생했다"며 "두 사건의 피해자 성명과 상황이 유사해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김완기 마포경찰서장은 "최초 사건을 오인해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리잉 유 사건에 대해 "현장에서 양측이 상호 처벌불원 의사를 표명해 종결 처리했다"고 설명했으나, 리잉 유는 당시 그런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잉 유는 또한 현장 출동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CCTV 확인이나 적극적인 수사 없이 '이런 일은 흔하다. 울지 말고 집에 가라'고 했다"며 "가해자들을 먼저 귀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리잉 유의 유튜브와 SNS에는 한국에서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는 대만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는 한국인 남성들이 집요하게 추근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며 "홍대에 갈 친구들은 이 얼굴들을 기억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만 외교부는 "주한 대만대표부가 한국 경찰과 연락을 취해 법에 따른 사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며 "필요한 변호사 지원과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국 방문 자국민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경찰이 혼동했던 15일 발생 사건의 중국인 가해자에 대해서는 현재 입건 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