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수사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던 전직 고검장 임정혁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재판장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1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변호사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 변호사가 검찰 최고위층 등 고위 관계자들에게 사건 청탁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통상적인 변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등 검찰 요직을 거친 임 변호사는 2023년 6월 백현동 민간개발사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개발비리 검찰 수사와 관련된 공무원 접촉·청탁 목적의 자금 1억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재판 과정에서 임 변호사가 "대형 사건을 덮기 위해서는 검찰총장·법무부 장관급이 필요하다"며 수임료 10억원을 요구하고 착수금 1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당시 백현동 아파트 건설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지 용도가 연속으로 4단계 상향 조정되면서 민간사업자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다룬다.
1심 법원은 작년 8월 임 변호사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명령했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1심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로 활용된 이동규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의 증언이 믿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전 회장은 임 변호사가 수임계약 체결 직후 대검찰청을 찾아가 검찰 상급자들에게 청탁하려고 금품을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그런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증언 내용대로라면 1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상을 약속하며 수사를 무마하려 한 만큼 피고인이 청탁 상대방을 직접 만났는지 등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이에 대한 대화 기억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면서 "해당 증언은 주요 내용이 바뀌거나 구체성이 부족해 의뢰인과 피고인 간 청탁 여부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가 수령한 1억원 역시 정당한 변호업무의 댓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뢰인은 임 변호사 이외에도 10여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선임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이 28억원을 넘는다"며"성공보수를 약정하고 1억원을 받은 것이 정당한 변론 업무의 대가가 아니라고 볼 만큼 과도하게 높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의뢰인 사이에 피고인의 전관 경력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고, '검찰총장을 만나 이야기하고 오겠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인맥관계를 활용해 부당한 청탁을 하겠다는 의도를 표현했다고 확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