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고양시가 백석동 업무빌딩으로의 청사 이전을 추진하며 집행한 타당성 검토 용역비 예비비 지출을 둘러싼 주민소송에서 법원이 시의 일부 위법행위를 확인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16일 주민소송단이 이동환 고양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장이 시의회의 변상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 부분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소송단이 제기한 4개 쟁점 중 본예산·추가경정예산 미편성, 의회 승인 없는 예비비 지출, 의회 감사요구 불이행 등 3건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시의회가 요구한 변상조치를 시가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2조의 '재산관리 게을리'에 해당한다며 위법성을 인정했다. 소송 비용은 원고 75%, 피고 25% 부담으로 결정했다.
이번 분쟁은 고양시가 주교동 신청사 건립 대신 기부채납받은 백석동 요진업무빌딩을 활용해 약 2950억원의 건설비용을 절약하려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시는 2023년 중순 이전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75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비용을 시의회 심의 없이 예비비로 처리해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회와의 사전협의 생략, 경기도 감사 지적 이후의 집행, 부시장 단독 기안 등 절차상 문제점으로 인해 해당 예비비 지출이 최소한 부당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토대로 시의회의 변상요구를 무시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고양시는 즉각 반발하며 항소 방침을 천명했다. 시는 "이번 판결이 청사 이전 절차나 예비비 집행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용된 부분은 의회 변상요구 미처리에 국한된 것으로, 행정운영과 재정집행 절차의 맥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는 또한 "정당한 용역 성과에 대한 대가 지급을 놓고 시의회가 과도하고 무리한 변상요구를 제기한 것이 갈등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청사 이전사업의 타당성조사 내용과 결과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사업 추진의 근거와 정당성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임홍열 고양시의회 의원은 "사법부가 시장의 독선과 소통부재를 심판한 것"이라며 "불법행정에 맞선 시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주민소송 원고 측도 각하된 부분에 대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법정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양시는 법률자문과 검토를 거쳐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심에서 행정과 재정집행의 적법성을 재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민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위해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외부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