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에서 대대적인 도심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 31개 지구에서 1만936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 공급을 목표로 '종로형 신속 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 구청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에 건설된 고급빌라와 다세대 주택들이 40년 가까이 지나면서 정비가 필요한 지역이 31개 구역에 이른다"며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민선 8기 이전 14곳에 불과하던 재건축·재개발 대상지가 현재 31곳으로 대폭 증가한 상태다.
특히 창신동과 숭인동 일원의 정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창신동 23번지는 경사도 20%에 달하는 대표적 노후 주거지역으로, 주민 76.3%가 동의하며 작년 12월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올 12월 조합설립 승인과 내년 상반기 통합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최고 28층 1038가구 규모로 개발된다.
숭인동 56번지 역시 70% 주민동의로 작년 말 재개발구역 지정을 마쳤다. 정비 완료시 최고 26층 974가구의 현대적 주거단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진행되는 창신동 23-606번지, 629번지에는 4542가구 대규모 단지가 조성된다.
종로구는 도시재생국을 신설하고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을 병행하면서도 고도지구 높이제한과 자연경관지구 건축규제로 인한 주거지 낙후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종로구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탑골공원 정비사업도 동시에 추진한다. 1919년 3·1절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이 이뤄진 민족의 성지를 전 연령층이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시민공원으로 재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과제는 국보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덮고 있는 유리보호각 개선이다. 1999년 설치된 유리 덮개가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로부터 대리석 석탑을 보호하고 있지만, 내부 결로와 환기 문제로 석탑 손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종로구는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철거, 개선, 석탑 이전 등을 포함한 4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3월 기본계획 확정 후 국가예산 신청을 거쳐 본격적인 개선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문 이전·복원, 공원 담장 정비, 역사기념관 건립 등도 병행 추진된다.
정 구청장은 "탑골공원이 과거의 아픈 역사와 교훈을 간직하면서도 모든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며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주거환경 개선, 재산권 보호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