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쾅' 소리와 함께 화재가 시작되었다. 지역축제 개막식 아이돌 공연 도중 무대 장비 전기 누전으로 폭발이 발생하고, 홍보용 현수막 등에 불길이 번져 연기가 관람석을 덮쳤다. 관람객들이 탈출구를 향해 달려 나가는 사이 체육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상황은 실제 사고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4년 세 번째 '레디코리아' 훈련이었다. 기후변화와 도시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민관 합동으로 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행안부를 비롯해 문체부, 소방청, 경찰청, 부산시 등 25개 기관에서 1천24명이 참여했으며, 수리온 헬기와 각종 장비 72대가 동원됐다.
이번 훈련은 가을철 대규모 지역축제와 공연이 몰리는 시기적 특성을 고려했다. 올해 예정된 지역축제 2천733건 중 45.5%인 1천241건이 9~11월에 집중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다중운집인파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추가된 후 이를 대비한 첫 범정부 합동 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훈련 시나리오는 공연장 내 폭발·화재와 인파 몰림이 동시 발생하는 복합재난 상황으로 설정됐다. 배기구 고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일부 출입구가 무대 장치로 차단되면서 탈출 인파가 한쪽으로 집중됐다. 2·3층 관람객이 계단으로 몰려 내려오면서 병목현상과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됐다.
오후 2시 시설관리팀의 119 신고를 시작으로 불과 2분 만에 부산 119종합상황실이 접수해 관련 기관에 전파했다. 7분 후 구급차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초기 대응에 나섰고,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상황보고를 받은 즉시 총력대응을 지시하며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에는 긴급구조통제단(강서소방서), 현장응급의료소(강서보건소), 통합지원본부(강서구)가 설치됐다.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문체부와 행안부는 각각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부산 강서소방서는 새로 도입된 고성능 배연차와 살수차를 동원해 연기와 열기를 동시에 제압했다. 육군 53사단 특수부대가 구조자 수색에 투입됐고, 구조견과 드론을 활용한 정밀 수색이 이어졌다. 2층에 고립된 관람객 구조를 위해 헬기 '수리온'이 출동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주변 나무들이 거세게 흔들리며 현장감을 더했다.
중증 응급환자 발생에 대응해 재난 거점병원 병상이 추가 확보됐고, 경찰은 헬기를 활용한 고립자 구조와 긴급차량 통행로 확보에 나섰다. 화재는 발생 50분여 만에 진압됐지만, 훈련 설정상 사망 10명, 부상 9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시와 강서구는 사망자 장례와 피해자·유가족 지원을 위한 일대일 전담공무원을 지정했고, 경찰청은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행안부는 신속한 수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는 등 사후 대응 체계도 점검했다.
김광용 본부장은 "가을철 대규모 행사와 공연이 본격 개최되는 시점에서 이번 훈련을 통해 기관별 인파사고 대응체계의 미비점을 면밀히 살펴봤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구축을 위해 각종 재난·사고 대응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