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도로함몰 사고로 배우자를 잃은 80대 운전자가 치사 혐의로 형사처분을 받을 뻔했다가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으로 가까스로 처벌을 모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월 2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받은 80대 남성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4일 확인했다. 해당 남성은 작년 8월 29일 오전 11시 26분경 연희동 성산로에서 갑자기 발생한 폭 6m, 길이 4m, 깊이 2.5m 규모의 거대한 지면 함몰로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참사로 운전석의 80대 남성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동승석에 있던 70대 부인은 심장마비 상태로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생명을 잃었다. 서대문경찰서는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 지면 붕괴를 회피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올해 2월 검찰로 사건을 이관했다.
수사기관은 사고 직전 다른 차량들이 함몰 지점을 우회했다는 정황을 근거로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동승자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이상 운전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며 "비록 미미한 과실이라도 법적 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안을 검토한 검찰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운전자 본인 역시 중상해 피해자였고, 사망자와의 관계가 부부였으며, 예측 불가능한 지반 침하라는 특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형사처벌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작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인 도로함몰 사건에 대한 수사는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서울시는 당시 "지질학적 특성과 집중호우, 지하 매립물, 인근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발표했으나, 수사당국은 도로 관리 담당자들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내사 종결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