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중단…오순문 시장 "안전상 불가피했지만 의견수렴 부족 아쉬워"

2025.09.24
논란 속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중단…오순문 시장 "안전상 불가피했지만 의견수렴 부족 아쉬워"

서귀포시가 65년 역사를 지닌 관광극장 해체작업을 시작했다가 지역사회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공사를 잠정 보류한 가운데,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24일 직접 해명에 나섰다. 시장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하면서도 폭넓은 여론수렴 과정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다.

오 시장은 이날 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중섭미술관 신축과정에서 극장 벽면 붕괴 위험이 제기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문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한 결과 E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시민과 관광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해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건축물 내력 부족과 콘크리트 탄산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보수보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1960년 건립된 이후 서귀포 최초 극장으로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건물의 갑작스러운 해체에 대해 제주도건축사회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이 강하게 저항하고 나섰다. 이들은 홑담구조의 석축벽체가 제주 근대건축사에서 희소성을 갖고 있으며, 충분한 공론화 없이 문화유산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6월부터 9월까지 주민설명회와 관련단체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건축업계 등 더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희소성이나 예술성을 근거로 한 보존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건축공학적이나 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취재결과 서귀포시는 공유재산 처분에 대한 정당한 심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외벽이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오 시장은 "담당자의 착오였다"며 절차상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시가 향후 활용계획이 미정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이미 이중섭미술관 확장을 위한 필수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 내부적으로 확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 자체 문서에서는 관람객 증가와 수장고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극장 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오영훈 도지사도 지난 6월 현장에서 미술관 확충계획을 보고받은 바 있다.

제주도의회는 2022년 미술관 부지매입을 승인하면서 "서귀포 최초 현대식 극장이라는 역사성과 장소성 보전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부대조건을 달았으나, 행정당국은 이를 철거를 전제로 한 의견으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현재 극장은 정면과 우측 벽면이 허물어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며, 폐기물관리법상 60일 이내 처리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도 있는 상황이다. 건축사회 등은 안전을 담보한 보존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서귀포시는 이를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이중섭미술관 신축공사는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1963년 서귀읍 첫 극장으로 개관해 40여년간 지역 문화공간 역할을 했던 관광극장은 2021년 '제주다운 건축상'을 수상할 정도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던 곳이다. 서귀포시의 성급한 행정처리로 소중한 문화자산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과연 안전과 보존을 동시에 만족시킬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