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속 실전 훈련…전북 표준 실화재 훈련시설 현장 체험기

2025.09.24
화염 속 실전 훈련…전북 표준 실화재 훈련시설 현장 체험기

전북 장수군 계남면 소방교육훈련센터에 마련된 실화재 훈련시설에서 25일 언론진을 대상으로 한 시연 교육이 진행됐다. 이곳은 지난 7월 개관한 뒤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는 전국 최초의 5종 표준 화재 훈련장으로, 실제 화재 상황을 재현한 체험형 교육이 특징이다.

화재성상 관찰 훈련에 참여한 기자는 소방대원들이 착용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20여 킬로그램에 달하는 장비를 직접 착용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도끼와 물이 든 호스 등 추가 장비로 인해 한 명당 40킬로그램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교관의 설명을 들으니 소방관들의 고충이 실감났다.

훈련장 내부에서는 바닥의 종이상자에 점화한 후 불길의 변화 과정을 살펴봤다. 불이 붙은 지 1분여 만에 화염이 천장을 따라 퍼지는 '롤오버' 현상이 발생했고, 교관은 "머리 위로 불이 지나간다"며 자세를 낮출 것을 지시했다. 문을 개폐하며 산소 공급량을 조절할 때마다 화염의 크기가 달라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복합전술 훈련장에서는 연기로 가득 찬 2층 구조의 건물을 체험했다.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벽을 더듬으며 이동해야 했고, 열화상카메라를 통해서야 구조 대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10분 남짓한 짧은 체험이었지만 훈련을 마친 후에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얼음물로 열기를 식혀야 했다.

이번 시설은 2022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 2023년 김제 주택 화재 등에서 소방관들이 연이어 순직하면서 실전형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결과물이다. 신임 소방대원의 20% 이상이 실제 화재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구축됐다.

훈련시설은 순간적 연소 확산을 체험하는 플래시오버셀, 폭발적 연소 과정을 재현하는 백드래프트셀, 지하층 화재 상황 대응 능력을 기르는 T셀 등으로 구성됐다. 연기와 가스를 정화하는 집진 설비, 제독 설비도 갖춰 안전한 훈련 환경을 조성했다.

교육을 담당하는 8명의 교관은 모두 벨기에 캠퍼스 베스타에서 국제 강사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들이다. 김영현 교관은 "기존의 최소한 시나리오 훈련을 넘어 실제 화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훈련장을 통해 직원들의 실전 대응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소방본부는 올해 하반기 284명을 대상으로 4개 과정 18회 교육을 진행한 후, 내년부터는 전국 소방관과 의용소방대까지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실화재 훈련장이 소방대원의 생명과 도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북의 훈련 방식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소방 교육 수준 향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