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인지 50% 이하면 인공와우 적응증"…유전자 편집 난청 치료 플랫폼도 등장

2025.09.23
"단어 인지 50% 이하면 인공와우 적응증"…유전자 편집 난청 치료 플랫폼도 등장

청력손실이 심각한 고도난청 환자 3분의 1에서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양측 청력손실이 70dB를 넘고 보청기 착용 후에도 단어 인지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제기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각 자극이 감소하면 듣는 기능뿐만 아니라 뇌의 청각 피질과 연결된 기억력, 집중력 담당 영역까지 활동이 위축된다. 또한 청력 문제로 인한 대화 단절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으로 이어져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치매 예방 차원에서 청력장애의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청력장애는 크게 전음성과 감각신경성으로 구분된다. 소리가 외이나 중이에서 내이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전음성의 경우 고막복원술이나 이소골재건술 등 외과적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달팽이관이나 청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청력장애는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통한 청각재활이 주된 치료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보청기 사용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청기를 기피할 경우 대화 참여 기회가 줄어들고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우울감과 인지능력 저하가 심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신 보청기는 환경에 따라 배경소음을 차단하고 음성을 부각시키는 지능형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으며,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각종 전자기기와 직접 연동이 가능해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보청기로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와우는 음성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로, 수술 후 대부분 환자에서 일상 대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소아의 경우 언어발달에 획기적인 개선 효과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성인 기준으로 양측 고도 청력손실 환자가 보청기 착용 후에도 어음변별력이 50% 이하일 때 한쪽 귀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한편 소리는 들리지만 말소리 구분이 어려운 '청각신경병증'도 주목받고 있다. 전체 청력장애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이 질환은 달팽이관 기능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청신경이나 시냅스에 문제가 생겨 뇌로의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이 경우 보청기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조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유전성 청력장애에 대한 혁신적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전자 편집 도구를 내이로 전달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 대비 23.5배 향상된 유전자 편집 효율을 보여 향후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대체할 수 있는 정밀치료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조기 치료 시작이 핵심이라며 유전성 청력장애의 신속한 진단과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