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 명작 230여 점, 한국 첫 상륙…'기호와 언어'로 읽는 예술 세계

2025.09.22
바스키아 명작 230여 점, 한국 첫 상륙…기호와 언어로 읽는 예술 세계

그라피티를 순수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미술의 전설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대규모 특별전이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2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보험 가치만 약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에는 9개국에서 수집한 회화와 드로잉 70여 점을 비롯해 작가가 직접 작성한 노트북 페이지 155장 등 총 230여 점이 11개 섹션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들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바스키아의 전체 창작 노트가 공개된다.

1968년 일곱 살의 바스키아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을 때, 어머니가 건넨 해부학 서적은 그의 예술 세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후 그의 작품에는 '대뇌', '대퇴골' 같은 해부학적 용어들이 독특한 시각 언어로 변모해 등장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인 '플레시 앤 스피릿'(1982~1983)은 바로 이런 경험에서 나온 대표작이다.

가로세로 약 3.6미터 크기의 이 대작은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425억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해골 옆에 새겨진 '육체'와 '영혼'이라는 단어는 삶과 죽음, 과학과 신앙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바스키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바스키아의 작업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집약된 '지식의 공간'"이라며 "드로잉, 문자, 단어들은 그의 예술적 의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전시 총괄 기획을 맡은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는 "바스키아가 탐구한 기호와 언어, 이미지의 결합을 한국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탁본,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의 서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등 한국의 문화유산도 함께 배치된다.

아이티계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뉴욕 화단에 혜성같이 나타나 8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강렬한 원색과 추상적 상징, 그라피티 요소가 융합된 그의 작업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미술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81년 제작된 '뉴욕, 뉴욕, 1981'은 도시의 역동성과 함께 소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포착한 초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생애 마지막 해인 1988년 완성한 영적 자화상 '엑슈'는 아프리카 요루바 신화의 경계신을 통해 죽음에 대한 예감과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전시는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으며,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한다.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을 맡아 관람객들을 바스키아의 예술 세계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