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알약형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제도를 통해 올해 안에 허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FDA가 최근 시행한 '국가우선권 바우처 프로그램'이 이 신약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16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통상 10~12개월 소요되는 심사기간이 1~2개월로 대폭 축소된다. 일라이릴리는 연말 정식 허가신청을 계획하고 있으며, 데이브 릭스 최고경영자는 "2025년 같은 시기 글로벌 출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주사형 치료제와 달리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로 개발됐다. 기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과 동일한 원리로 작용하여 혈당조절과 식욕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투약 편리성이 높아 환자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공개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3127명을 대상으로 72주간 진행된 시험에서 참가자 5명 중 1명이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하는 성과를 보였다. 최저용량 6mg 복용군은 평균 7.5%, 최고용량 36mg 복용군은 평균 11.2%의 체중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결과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됐으며,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유럽당뇨병학회에서도 발표됐다.
체중감량 외에도 혈압 하락, 허리둘레 감소, 악성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등 전반적인 건강지표 향상이 확인됐다. 부작용으로는 주로 위장관계 증상이 나타났으나, 대부분 경미하거나 중등도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합성의약품인 오포글리프론은 바이오의약품 주사제에 비해 제조원가가 낮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냉장보관이 불필요해 유통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내 월 가격을 400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현재 마운자로의 월 664달러보다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성인인구의 40%가 비만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하고 편리한 대안 치료제가 국가우선심사 대상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한 분기 조기 출시될 경우 일라이릴리의 추가 매출이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도 4분기 중 FDA 승인 결정을 앞두고 있어, 먹는 비만약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펩타이드 기반인 노보노디스크 제품 대비 합성약물인 오포글리프론의 제조 및 가격 경쟁력이 더 우수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