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배스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실험에서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외국어 회화 실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는 제35회 이그노벨상 평화 부문에서 영예를 안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네덜란드어 학습 경험이 있는 독일인 5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저용량 알코올 음료를 제공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무알코올 음료를 제공한 후 네덜란드어 대화를 수행하도록 했다. 체중에 따라 음주량이 조절되었으며, 예를 들어 70킬로그램 남성의 경우 약 460밀리리터의 맥주를 섭취했다.
흥미롭게도 알코올을 마신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발음 정확도와 전반적인 언어 유창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네이티브 스피커인 평가자들은 피험자의 음주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당초 알코올이 인지 능력과 운동 기능을 저하시켜 언어 실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전히 반대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이 긴장감을 해소하고 언어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켜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1저자인 잉에 커스버겐 박사는 "과학적 접근이 진지함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수의 한계와 소량 섭취에만 국한된 점을 들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오히려 언어 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이그노벨상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기발한 연구들이 선정되었다. 윌리엄 빈 박사의 35년간 손톱 성장률 추적 연구가 문학상을, 토고 지역 도마뱀들의 포 치즈 피자 선호도 조사가 생물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한 수유기 여성의 마늘 섭취가 모유 향에 미치는 영향 연구, 소에 얼룩말 무늬를 그려 해충 퇴치 효과를 입증한 일본 연구팀의 성과도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