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울림' 보존한다…성덕대왕신종 전용 전시관 건립 추진**

2025.09.24
**천년 울림 보존한다…성덕대왕신종 전용 전시관 건립 추진**

국립경주박물관이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전용 전시시설인 '신종관' 건립을 본격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야외 종각에서 전시되고 있는 신종을 실내로 옮겨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윤상덕 박물관장은 기자회견에서 "신종의 보존 환경 개선과 관람객 편의를 위해 신종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존 종각의 음향 특성을 반영한 최적의 소리 환경을 구현하고, 개폐 가능한 구조로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갈수록 심화되는 이상기후에 따른 우려에서 비롯됐다. 박물관이 지난해 발간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주 지역의 최고기온이 2010년대 들어 39도를 넘나들며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어 금속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높이 3.66m, 중량 18.9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종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종을 매다는 용뉴 부분이 전체 무게를 지탱하는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지목되면서, 새로운 전시방식도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종을 바닥에 내려두어 용뉴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신종관이 완성되면 관람객들이 종의 상부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측은 "연 1회 국민들께 원래 종소리를 들려드리는 행사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물관은 현재 4차례째 타음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29년까지 5년간 지속적인 상태 점검을 통해 종의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771년 완성되어 1300여 년간 이어져 온 신라의 예술혼이 담긴 이 문화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전승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라 혜공왕 시대에 제작된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 범종의 최고작으로 평가받으며, 특유의 맥놀이 현상과 저주파 울림으로 독보적인 음향을 자랑한다. 1992년 이후 정기 타종이 중단된 상태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주파수나 음색에 특별한 변화가 발견되지 않아 양호한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