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요타자동차가 16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는 단순한 체험행사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직접 확인하는 장이었다. 뉘르부르크링과 WEC, WRC 등 글로벌 레이싱 무대에서 검증된 토요타의 '길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차를 만든다'는 핵심 가치를 참가자들이 몸소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현역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진행한 이론 교육에서는 운전의 기본기부터 재점검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 전 우승자 정의철 선수는 "스포츠 주행은 속력 경쟁이 아닌 위급 상황에서의 차량 통제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시트 위치와 페달 조작, 핸들 조작법 등 기초 자세가 제어력과 직결됨을 강조했다.
첫 실습 코스인 슬라럼에서는 일정 거리마다 배치된 라바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차량 무게중심 변화를 학습했다. 렉서스 NX의 경우 SUV 특성상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전자제어 AWD 시스템이 안정성을 확보했고, 렉서스 ES는 세단만의 낮은 무게중심이 주는 균형감을 보여줬다. 같은 구간에서도 차종에 따라 전혀 다른 주행 특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코너링 제동 실습에서는 평상시 도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코너 진입 중 최대 제동을 연습했다. 직진 정지가 아닌 선회하면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 타이어 그립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캠리는 급제동 상황에서도 차체 동요가 적었고, RX는 묵직한 무게에도 AWD가 뒷받침되어 주행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제동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코너에서의 제동 유지라는 스포츠 주행 원리 자체에 놀라워했다.
긴급 차선변경을 모사한 레인 체인지 코스에서는 연속적인 두 번의 차선 이동이 관건이었다. 차선 폭으로 라바콘을 설치해 기존 차로를 차단하고 돌발 상황처럼 차선을 바꾼 후 원래 차로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S는 민첩한 반응을 보였고, 대형 SUV인 RX는 중후한 움직임을 나타냈지만 전자제어 AWD가 흔들림을 억제했다.
서킷 주행에서는 토요타 프리우스, 캠리와 렉서스 ES, RX, LX 등 다양한 모델에 무작위 배정되었다. 렉서스 최상급 SUV인 LX 700h의 경우 3.5리터 V6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크기와 중량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고속 안정성을 입증했다. 직선에서는 대형 차체가 힘차게 가속했고, 연속 코너에서는 무거운 차체를 끝까지 붙잡는 접지력이 인상적이었다.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프로 드라이버들의 'GR86 택시 드리프트' 시연이었다. 2.4리터 수평대향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갖춘 GR86은 231마력의 출력과 견고한 차체 구조로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매력을 온전히 드러냈다. 비에 젖은 노면에서 펼쳐진 드리프트는 긴장감을 고조시켰지만, 조수석에서 느낀 것은 불안감보다는 짜릿함이었다. 차량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조작성은 유지되었고,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후륜차 고유의 예리한 감각이 전문 드라이버의 손끝을 통해 정밀하게 구현됐다.
이번 체험 프로그램은 토요타가 추구하는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슬라럼에서 확인한 SUV와 세단의 무게중심 차이, 코너링 제동에서 학습한 제동력과 접지력의 조화, 긴급 회피를 가정한 레인 체인지에서 파악한 차종별 특성, 서킷 주행을 통해 체감한 대형 SUV의 잠재 능력은 단순한 재미를 초월해 차량이 어떤 환경에서 단련되는지를 이해시켰다. 극한 주행에서 획득한 체험과 데이터가 개발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자동차가 탄생한다는 메시지였다.
토요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경쟁이 아닌 '차량 단련의 시험장'으로 활용한다는 철학을 전달하고자 했다. 김형준 토요타코리아 이사는 "토요타는 창업주 시대부터 아키오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차를 제작한다는 철학을 계승해왔다"며 "모터스포츠는 차량을 가장 신속하게 단련하고 검증하는 무대이자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도전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극한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현장 개발에 적용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 차량을 제작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