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약국에 줄 선 외국인들, 사재기하는 뜻밖의 아이템"

2025.09.18
"한국 약국에 줄 선 외국인들, 사재기하는 뜻밖의 아이템"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쇼핑 패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방한 외국인들의 대표적인 쇼핑 루트였던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서 벗어나 약국이 새로운 필수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의 중심에는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넘나드는 '코스메슈티컬' 제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피부 재생 효과로 입소문이 난 '리쥬올 크림'은 일명 '연어 크림'으로 불리며 외국인들 사이에서 필수 구매 품목으로 통하고 있다. 트러블 케어 연고와 각종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들도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지난 8월 'K-약국 카테고리' 관광 상품을 선보였다. 서울과 부산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약국들을 연계해 약사 상담과 제품 구매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현재 강남, 홍대, 명동 등 9곳의 약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 1월까지 20개 지점으로 늘릴 예정이다.

관광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상품 런칭 후 9월 첫째 주 대비 둘째 주 예약 건수가 44% 급증했으며, 특히 싱가포르 관광객은 121%, 홍콩 관광객은 96% 증가하는 등 아시아권에서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대만 관광객도 9% 늘어났고,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여행객들까지 가세하며 전 세계적인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국어 안내 서비스와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상담 인력을 배치해 해외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며, 약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신뢰도 또한 높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소비 흐름의 변화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소비가 기존 대형 매장 중심에서 헬스·뷰티 테마형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약국이 더 이상 부대시설이 아닌 신뢰 기반의 전문 쇼핑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도 'K-약국'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는 '약국 브이로그', '약사 추천 아이템', '약국 필수 쇼핑 가이드' 등의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며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약국 투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 인기가 뜨겁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의료와 뷰티가 만나는 지점인 K-약국이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해외 고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약국 체험 서비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전문성과 안전성, 체험형 콘텐츠가 결합된 이 상품이 글로벌 헬스&뷰티 트렌드와 맞물려 큰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약사의 전문 상담, 다국어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연계가 지속 강화된다면 K-약국이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