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체포사건을 두고 해외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외국인 임시비자를 늘려야 한다고 12일(현지시각)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WSJ은 "조지아주 현대차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이민당국의 무차별적 단속이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수 성향 매체인 WSJ마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비자정책 문제로 진단한 것이다.
특히 WSJ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 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설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향후 대미 직접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장비설치나 공장준비에 전문기술자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해당 숙련인력이 부족하면서도 우리 인력에게 체류비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WSJ은 "미국인들에게는 불쾌하게 들릴 수 있으나 현실"이라며 "미국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한국이 관세율 15% 조정과 맞바꿔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미국이 H-1B 전문직과 H-2B 단기근로 비자발급에 제한을 두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WSJ은 "미국 우방국들은 높은 관세부과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협력해왔지만, 이런 협조적 태도는 결국 자국 국민들의 참을성과 마찰을 빚는다"고 평가했다.
족쇄와 수갑을 착용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영상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근로자의 불법입국과 비자만료 상태 취업을 문제삼고 있지만, 어떤 상황이든 조지아 현장과 같은 급습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다는 해외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장애요소"라고 비판했다.
일본과 대만 언론들도 이번 사태로 아시아 기업들의 대미투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촉박한 일정으로 미국인만으로 공장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공장건설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도 협력업체 포함 비자현황 점검이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