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례적 군사 위협' 베네수엘라 외교장관 강력 반발

2025.09.14
미국의 이례적 군사 위협 베네수엘라 외교장관 강력 반발

베네수엘라 외교부가 미 해군 구축함의 자국 어선 불법 나포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며 미국을 향해 '전례 없는 군사적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13일 성명을 통해 전날 미 해군 구축함 'USS 제이슨 던햄'이 베네수엘라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어선을 8시간 동안 불법 점거했다고 발표했다.

힐 장관에 따르면 라블랑키야섬 북동쪽 48해리 해상에서 9명의 어부가 탑승한 어선 '카르멘 로사'호가 미군의 표적이 됐다. 무장한 미군 18명이 어선에 강제 승선해 통신을 차단하고 정상적인 어로 작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해군이 현장에 출동한 후에야 어선이 해제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과도한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적 도발"로 규정하며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군사적 충돌을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러한 도발을 지시한 세력들이 정권 교체라는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며 "카리브해 안보와 평화를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밀매 소탕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 8척과 핵추진잠수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했으며, F-35 스텔스 전투기 10대를 푸에르토리코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현상금도 5000만 달러로 두 배 인상했다.

양국 간 긴장은 지난 2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해 11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극도로 고조됐다. 미국은 해당 선박이 마약 카르텔 '트렌데아라과' 소속 운반선이라고 주장했지만, 베네수엘라는 사망자 중 카르텔 소속이나 마약 밀매범은 없었다며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물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통합사회당 부위원장은 "베네수엘라를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해안 지역에 군 병력과 경찰, 민병대를 동원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자 은신 중이던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대선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뭔가 일어나야 한다. 곧 일어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도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기회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알렉스 플리타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상당한 규모의 해군 함대를 집결시켰지만 대규모 지상 침공 병력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공습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