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인재 확보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핵심 연구진이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로 이직하면서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서 중국으로의 이례적인 인재 이동이 발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픈AI에서 AI 에이전트 연구를 담당했던 야오순위(29) 연구원이 최근 텐센트에 합류했다. 위챗으로 유명한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는 그에게 최대 1억 위안, 한화로 약 195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텐센트의 전체 서비스 생태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야오순위는 중국 명문대 칭화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20대 후반에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다. 구글에서 인턴 과정을 거쳐 작년 6월부터 오픈AI에서 AI 에이전트 관련 혁신 연구를 이끌어왔다. 업계에서는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초지능 연구소 강화를 위해 직접 스카우트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재 이동은 그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우수 개발자들을 일방적으로 영입해온 흐름과는 반대 양상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핵심 인재를 거액을 들여 자국으로 데려온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테크 업계는 전례 없는 AI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메타는 경쟁사인 오픈AI, 구글, 애플에서 50여 명의 전문가를 영입하며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맞서 다른 기업들도 천문학적 보상을 내걸며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 등으로 기술 개발에 제약을 받자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자국 출신 연구자들의 귀국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합심해 고액 연봉은 물론 가족 정착 지원, 주거 제공, 연구비 후원 등 종합적인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수의 뛰어난 전문가가 AI 산업 발전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기술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 자국 인재 유출 방지와 해외 우수 개발자 유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