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임총리 '공휴일 폐지안' 백지화…신용등급 강등 다음날 전격 철회

2025.09.14
프랑스 신임총리 공휴일 폐지안 백지화…신용등급 강등 다음날 전격 철회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신임 총리가 전임 내각의 핵심 긴축 정책이었던 '공휴일 축소안'을 취임 나흘 만에 백지화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강등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어서 재정 악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지역 언론 쉬드우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며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추진했던 공휴일 2일 삭제 방안을 2025년 예산안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극심한 국민 반발과 야권의 강력한 저항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바이루 전 총리 주도의 내각은 지난 7월 국가 부채 축소를 명목으로 공휴일 단축과 정부 예산 동결을 중심으로 한 긴축안을 내놓았으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으며 결국 지난 8일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됐다. 전국 곳곳에서는 정부의 긴축 방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피치가 12일 정치적 혼란과 재정상태 부실화를 근거로 프랑스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0년 60%에서 올해 1분기 114%로 급증했으며, 2027년에는 12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락 직후 긴축안의 핵심 요소를 철회한 것이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동안에만 4번째 내각 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최측근인 르코르뉘를 다시 총리로 임명한 것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불만도 지속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공휴일 축소안 포기의 대안으로 "별도의 재원 마련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조세 공정성과 부담 분담 문제를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증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관 통폐합이나 폐지를 포함한 국가기구 재편을 검토하고, 대규모 지방분권 법안을 다음 주부터 논의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위공직자가 희생 없이 국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할 수는 없다"며 일부 전직 각료들의 '종신 특혜' 폐지 방침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르코르뉘가 분열된 의회를 설득해 재정 안정성을 되찾아야 하는 험난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