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산 반도체 관련 덤핑·차별 조사 착수

2025.09.14
중국, 미국산 반도체 관련 덤핑·차별 조사 착수

중국이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제재에 맞대응하여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한 덤핑 조사와 미국의 집적회로(IC) 관련 정책에 대한 차별성 조사를 동시에 개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는 14일 스페인에서 예정된 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미중 관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쑤성 반도체산업협회가 7월 23일 제출한 신청을 바탕으로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의 덤핑 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조사 범위에는 40나노미터 이상 공정으로 제작된 범용 인터페이스 칩과 게이트 드라이버 칩 등이 포함된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음성이나 전압 같은 연속 신호를 처리하는 소자로, 디지털 방식의 0과 1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와는 구별된다.

상무부는 이번 덤핑 조사가 통상적으로 1년간 진행되며,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6개월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시행한 IC 분야 정책들이 차별적 성격을 띠는지에 대한 별도 조사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대외무역법 규정에 따르면, 특정 국가가 무역 영역에서 중국에 차별적인 금지나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은 실제 상황을 검토한 후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확보한 사전 자료와 정보에 근거할 때, 미국의 대중국 IC 분야 관련 정책들이 이러한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으로는 미국 정부가 2018년부터 통상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IC를 포함한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 2022년 이후 시행된 IC 관련 제품 및 제조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 그리고 올해 5월 화웨이 어센드칩 사용 금지와 미국 AI칩의 중국 AI 모델 훈련 활용 제한 등이 포함된다.

상무부는 문답 형식의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조치가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수출규제 대상 명단에 추가한 데 따른 대응책임을 명확히 했다. 앞서 12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업체 23곳을 포함해 총 32개 기업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신규 등재했다. 이 중 GMC 반도체와 지춘 반도체는 제재 대상인 SMIC의 미국산 제조장비 확보를 지원했다는 혐의로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 측은 미국의 이같은 제재에 대해 "미국 당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여 수출통제를 남용하고 있으며,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항공우주, 상업무역 물류 등 다양한 영역의 중국 기관들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은 국제질서와 국가안보 유지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을 통해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무부는 "14일부터 양국이 스페인에서 경제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미국이 바로 이 시점에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즉각 잘못된 행위를 시정하고 부당한 억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중 양국은 14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경제무역협상을 재개한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협상에 임한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일방적 관세 조치, 수출통제 남용, 틱톡 문제 등 핵심 경제무역 현안들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