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머스크 천조원 보상에 "최고경영자가 노동자 600배 받아도 되나"

2025.09.14
교황, 머스크 천조원 보상에 "최고경영자가 노동자 600배 받아도 되나"

가톨릭 레오 14세 교황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막대한 성과 보상 패키지를 언급하며 사회의 빈부격차 심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지시간 14일 공개된 가톨릭 매체 크룩스와의 대담에서 교황은 머스크가 세계 첫 1조달러 부호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거론하며 "만약 이러한 것만이 유일하게 가치있다고 여겨진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5일 '2025년 최고경영자 성과급 지급안'을 통해 경영 목표 달성 시 머스크에게 회사 전체 보통주식의 12%인 약 4억2천만주를 2035년까지 단계별로 지급하는 방안을 당국에 제출했다. 해당 보상의 총액은 최대 9천750억달러로 한화 약 1천359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다.

교황은 과거와 현재의 경영진 보수 격차를 비교하며 "과거 60년 전만 해도 최고경영자들의 보수는 일반 근로자보다 4배에서 6배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일반 직장인 평균 소득의 60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쩌면 일부 영역에서 인간 존재의 숭고한 가치를 잃어버린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인간의 생명과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런 근본적 가치들에 대한 인식을 상실한다면 과연 무엇이 진정 의미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70세 생일에 맞춰 공개한 레오 14세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비롯한 국제 갈등 상황에서 교황청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평화 수호를 위한 발언과 분쟁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명확히 구별하고자 한다"며 "이 두 역할은 완전히 다르며 조정 기능은 평화 옹호만큼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분쟁 발발 이후 교황청은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굳건히 간직하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큰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페루에서 수십 년간 선교 활동을 펼쳐온 배경을 갖고 있다. 이번 인터뷰 내용은 오는 18일 페루에서 스페인어로 먼저 발간되는 전기 '레오 14세: 지구촌 시민이자 21세기의 선교사'에 수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