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북한형 핵개발 경로 채택 가능성과 IAEA 사찰 재개 승인

2025.09.14
이란, 북한형 핵개발 경로 채택 가능성과 IAEA 사찰 재개 승인

MIT 핵안보전문가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핵시설 공격으로 정치적 협상 전략이 좌절된 이란이 향후 북한과 유사한 은밀하고 직접적인 핵무장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비핀 나랑 MIT 석좌교수와 프라나이 바디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이란의 전략 변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테헤란의 핵 계획은 실제 무기 제조보다는 협상력 강화와 억지 효과를 노린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으로서 이란은 군사적 핵개발 대신 민간 원자력과 의료용 목적을 내세우며 기술과 인프라를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국제제재 완화를 위한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임계점 전략'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로 일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 이후 상황이 악화되었다. 특히 지난 6월 미국의 핵시설 타격은 이란의 협상 중심 접근법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평양은 1990년대부터 NPT 탈퇴와 함께 핵무기 확보 자체를 목표로 설정하고, 협상과 개발을 병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능력을 고도화시켰다. 이러한 북한의 접근방식이 이란 지도층에게 중요한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격 이후 이란 내부에서는 심각한 변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차례 수감된 경력의 정치활동가 압돌라 모메니조차 외부 침공에 맞서는 애국심을 표출할 정도로, 초기에는 외침에 대한 결속이 나타났다. 그러나 전쟁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체제의 안보 보장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공화국 정권은 그동안 서방 세력에 맞서 국민 보호를 내세웠으나, 정권 핵심 인물들이 공습으로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란인들 사이에서는 지도부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가의 근본 의무인 안전 확보에 실패한 현 체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변화에 대한 갈망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시설 사찰 재개 협정을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카이로에서 합의한 '핵시설 감시활동 재개 방안'을 검토 완료했다는 것이다.

테헤란은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폭격 이후 IAEA 감시관들의 접근을 차단해왔으나, 유럽 3개국(영국·프랑스·독일)이 유엔 제재 복원 절차인 '스냅백' 가동을 선언하는 등 국제적 압박이 가중되자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이란 당국은 향후 자국이나 핵시설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이란은 평화적 목적임을 거부하고 있다. MIT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오히려 이란으로 하여금 더욱 강경하고 은밀한 길로 나아가게 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핵확산 방지를 위한 외교적 해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