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현지 매체들이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대량 구금 사태의 여파를 우려하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 12일 사설을 통해 "이민당국의 무차별적 단속 파장이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서도 우리 기술자들의 체류 비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향후 대미 직접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WSJ는 "미국인들에게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라며 "미국에는 이러한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결핍되어 있다"고 동조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든 조지아에서와 같은 급습은 트럼프가 희망하는 해외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라고 비판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 재검토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규모는 20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에 있던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합작투자는 약 63억달러, 한화로 8조8천억원에 달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숙련 인력 유출 문제로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 SDI는 스텔란티스, GM과 10조3천억원 규모로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한화그룹 또한 조선업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 7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대규모 투자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멕시코와 캐나다 등 대안 거점으로 투자처 다각화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도 급히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개인 소셜미디어에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두렵게 하거나 열의를 저하시키고 싶지 않다"고 게시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구금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과 직원들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들이 본국의 숙련 인력을 일정 기간 동반하여 귀국할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매우 복잡한 제품 제조법을 교육시켜 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조선, 철도 등 산업을 거론하며 "조선업의 경우 과거에는 하루 1척을 건조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연간 1척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미투자 기업들을 향한 전문기술 인력의 미국 체류 보장 메시지와 함께, 투자 시 전문지식 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일정 기간 후 외국인 인력이 철수한다는 점을 명시하여 지지층을 향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완화는 없다는 점도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차관도 구금 사태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