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사실상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압박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폭 인하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가 금리를 낮추기에 이상적인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은 16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노동시장의 위축을 고려할 때 연준이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의하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6.4%,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3.6%로 반영하고 있다. 한 번에 0.5%포인트 대폭 인하를 실행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가상승률이 아직 연준의 2% 목표선을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관세로 인한 추가 물가 압박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빅컷'을 거론한 것은 연준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근거로 현재 4.25∼4.50%인 미국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연준을 향해 '1% 수준까지 낮추라'고 요구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바보'라고 칭하며 해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한 연준 운영비용의 과도한 지출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임기가 13년 남은 연준 이사 리사 쿡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연관 의혹을 들어 해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FOMC 구성원들이 정치적 압박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경제의 핵심축 역할을 하는 연준의 독립성이 손상될 경우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압력을 가해 금리가 적정 수준을 넘어 대폭 인하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성 저하로 경제 관리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