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해저 통신케이블에 포함된 중국산 부품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번 조치는 정보 유출과 감청 위험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일본 당국은 내년 3월까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저케이블과 중계장비, 제어시스템 등 통신 인프라 전반에서 중국산 구성요소 사용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핵심 장비에서 중국 제품이 확인될 경우 조달선을 변경하도록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해저케이블 업계는 현재 일본 NEC와 미국 서브컴, 프랑스 알카텔 등 3개 주요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거 화웨이 계열사였던 중국 HMN테크놀로지스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경쟁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수출 차질이 우려될 경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해저케이블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전용선박을 도입할 때 보조금을 제공하는 지원책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에 대비해 생산시설 확충 등에 대한 지원도 검토 대상이다.
이번 점검 배경에는 실제 도청 의혹 사례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오키나와 주재 미군 관련 영문 매체는 해당 지역 근해 케이블에서 중국산 감청장치가 적발되었다는 정보를 보도한 바 있다. 오키나와 인근에는 미군이 활용하는 케이블들이 설치되어 있어 기밀정보 노출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만 근처 해역과 발트해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해저케이블 손상 사건들도 일본의 위기감을 높였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적 파괴행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섬국가인 일본은 국제통신의 99%를 해저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 손상으로 복구가 지연될 경우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며, 특히 금융거래 분야에서는 통신 지연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저케이블 사업은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핵심적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외 기업 동향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합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