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반이민 기조가 경제 현실과 충돌하며 정책적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골수 지지층의 불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계 피해와 투자 위축 우려에 직면할 때마다 예외 조치를 허용하면서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일괄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수습에 나서며 해외 투자기업의 전문 인력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외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복잡한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이 전문 인력을 데려와 미국인들에게 제조 기법을 전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컴퓨터, 선박 등 첨단 제품 제조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투자가 없다면 우리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생산법을 배워야만 하는 제품들에 대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선회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농업과 요식업 등 이민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분야를 단속 대상에서 배제하라고 이민세관단속국에 지시했다가 며칠 만에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유학생 문제에서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5월 "공격적 비자 취소"를 천명한 지 두 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60만명 수용" 방침으로 돌아서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런 정책 번복에 대해 '마가(MAGA)' 세력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에 충성할 가능성이 있는 60만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폭스뉴스의 로라 잉그램 앵커도 "공산주의 국가 출신 학생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게 미국 우선주의인가"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정체성이 이런 정책 변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케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이민정책 연구국장은 "그는 강경 수사를 구사하지만 경제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늘 현실적 접근을 보여왔다"며 "행정부 내 다른 인사들처럼 민족주의적 순수성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낸 켄 추키넬리도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기업인이기 때문에 '이 정책으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행정부의 경제 목표와 이민 정책 간 긴장 관계가 경제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소되는 양상"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처음부터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며 "범죄 행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가 최우선 추방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과 경제 현실 사이에서의 정치적 줄타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