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고용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수입품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상 조치로 인해 운영비가 급증하고 경영 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보류하거나 기존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제조업과 도매·소매업, 에너지 산업 등에서 지난 몇 개월간 고용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8월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규 일자리는 2만2000개 증가에 그쳤으며, 이는 시장 전망치 7만5000개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제조업 분야는 한 달간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연초부터 누적 감소분은 7만8000개에 달한다.
오하이오주에서 기타 이펙터를 제조하는 어스퀘이커 디바이시즈의 줄리 로빈스 CEO는 "이러한 관세 정책은 우리 같은 국내 제조업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세금 부담일 뿐"이라며 "주문량을 소화하려면 현재 35명인 직원에 3-4명을 추가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채용을 동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책 방향의 일관성과 비용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력 확충이나 사업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속 가공업체 와이오밍 머신의 트레이시 타파니 CEO 역시 "관세율이 너무 자주 변동하고 일관성이 없어 경영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며 "현재로서는 퇴직자가 발생해도 대체 인력을 뽑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도 관세 부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농기계 대기업 존디어는 올해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이 3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연말까지 이 금액이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일리노이주 소재 사업장에서 238명을 해고했으며, 3분기 순수익이 전년 대비 26%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석유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관세로 인한 장비 및 철강재 비용 상승과 원유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연초 이후 최소 4000명이 석유업계를 떠났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월 이후 가장 급격한 고용 축소다. 셰브론과 코노코필립스 같은 주요 석유회사들도 각각 8000명, 3250명 규모의 대량 해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텍사스의 석유 사업가 엘리엇 도일은 "현재 상황이 상당히 우려스러우며,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면서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일가스 투자회사 포멘테라의 브라이언 셰필드는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석유·가스 업계 경영진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고용시장 위축으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번 주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일자리 증가세 둔화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패션 제조업체 뉴욕 임브로이더리 스튜디오의 미셸 페인버그 창립자는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제조업을 포기하기로 한 결정의 댓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관세와 기타 정책들이 국내 제조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므로 전반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