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우려 확산에 프랑스 국채-회사채 금리 뒤바뀌어

2025.09.15
재정 위기 우려 확산에 프랑스 국채-회사채 금리 뒤바뀌어

정치적 혼란과 부채 급증 우려로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주요 기업 채권보다 높아지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보다 민간 대기업들을 더 신뢰할만한 차입자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로레알과 에어버스, 악사를 포함한 프랑스 대표기업 10곳의 채권 수익률이 최근 동일 만기 정부채권을 하회하고 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다 기업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2033년 만기 채권을 살펴보면, 작년부터 금년 초까지는 10년물 정부채권 대비 0.2~0.6%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0.07%포인트까지 축소됐다. 발행 후 가장 작은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은 마크롱 2기 정부 출범 이후 불과 2년 미만 기간에 총리직이 4차례나 바뀔 정도로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성과 직결돼 있다. 재정 긴축을 둘러싼 지속적인 정국 혼란이 국가 재정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정부채권 수익률은 유로존 내 부채비율 최고국인 그리스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다. 유로존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80개 이상 기업의 채권 수익률이 프랑스 정부채권을 밑도는 상황이다.

시장 동향을 반영해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12일 프랑스 국가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국가부채 안정화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24년 113.2%에서 2027년 121%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부채 비율은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으며,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의 5.8%로 유로존 평균 3.1%를 크게 상회했다.

스위스 J 사프라 사라신의 수석경제학자 카르스텐 유니우스는 "프랑스 국채가 기업채권과 동등한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은 더 이상 무위험 자산이 아니라는 신호"라며 "신흥시장 채권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해당 기업채권들의 유동성이 국채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주목할만한 현상"이라며, 이는 채무불이행 위험보다는 프랑스 국채의 공급과잉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유로존에서 국채와 기업채권 간 수익률 역전은 15년 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에도 종종 관찰됐던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건전성 우려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