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로 부엘타 사이클대회 조기 종료

2025.09.15
스페인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로 부엘타 사이클대회 조기 종료

세계 3대 도로 사이클 경주 중 하나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가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14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마드리드 도심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최종 21구간 경주로를 봉쇄하면서 대회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시위대는 이스라엘-프리미어 테크 팀의 대회 출전에 강하게 반발하며 경주 코스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들은 주변의 철제 울타리를 활용해 임시 방벽을 구축하고 장시간 점거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 치안당국은 강제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를 투입했지만 시위대의 저항은 계속됐다.

충돌 과정에서 22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으며, 당국은 시위 관련자 2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다. 안전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회 운영위원회는 긴급히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종합순위 1위를 달리던 덴마크 선수 요나스 빙에고르가 최종 챔피언으로 확정됐으나 시상식은 취소됐다.

운영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참가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폐막식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3주에 걸쳐 3,151킬로미터를 21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되는 이 대회는 프랑스 투르 드 프랑스, 이탈리아 지로 데 이탈리아와 더불어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경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가자 분쟁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졌고, 이로 인해 경주 경로가 수차례 변경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차질을 빚었다. 특히 지난주에는 시위 과정에서 선수들의 낙차 사고가 발생해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말라가에서 열린 정당 행사에서 "정당한 명분을 위해 거리로 나온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시위대를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산체스 총리의 발언을 "선동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스페인의 수치"라고 규탄했다.

한편 19일 스페인에서 개최 예정인 체스 토너먼트에서는 이스라엘 선수 7명이 기권 의사를 밝혔다. 주최측이 팔레스타인 연대 차원에서 이스라엘 대표팀에게 국기 없는 참가를 요구한 것에 대한 반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