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8월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시장 예측을 하회하며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2% 상승에 그쳐 로이터 예상 5.7%와 블룸버그 전망 5.6%를 모두 밑돌았다. 이는 2023년 8월 4.5%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수를 나타내는 소매판매 역시 같은 기간 3.4%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인 3.9%(로이터), 3.8%(블룸버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작년 11월 3.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로, 백화점과 편의점 등 각종 소매업체 매출을 집계하는 이 지표의 부진은 중국 내수시장의 위축을 보여준다.
특히 투자 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농촌 지역을 제외한 제조업, 인프라, 부동산 등의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머물러 로이터 예측치 1.4%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1~7월 증가률 1.6%에서도 더욱 하락한 수치로, 블룸버그는 이를 202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분야의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1~8월 부동산개발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으며, 로이터 집계 결과 8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5% 각각 하락했다. 고용 상황도 악화돼 8월 전국 도시 실업률은 5.3%로 전월 5.2%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상반기 선방했던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GDP는 5.3% 성장하며 양호한 성과를 보였으나, 미중 관세분쟁 본격화와 수출 열기 냉각으로 성장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UBP의 카를로스 카사노바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지표가 하반기 급격한 후퇴를 확인해주며, 특히 투자 측면에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삭소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도 "수출이 관세 압박을 받는 가운데 부동산 침체가 국내 수요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면서도 "외부 환경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으로 경제 운영이 여전히 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네덜란드 ING의 린 쑹 이코노미스트는 "연초의 강력한 출발로 성장목표 달성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올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당국의 정책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