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수확기 쌀값 하락 유도 중단하라" 강력 규탄

2025.09.20
농민단체 "수확기 쌀값 하락 유도 중단하라" 강력 규탄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가 18일 서울역 주변에서 개최한 '9·18 전국농민대회'에는 1500여 명의 농민들이 참석해 정부관리양곡 방출을 결정한 농림축산식품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지속되는 쌀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이 유통업체에만 집중될 뿐 농민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5일 기준으로 산지 쌀 가격은 80kg 한 포대당 22만5332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하원오 전농 의장은 "쌀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6월이었으나, 농민들은 연중 농업에 투입된 연료비와 인건비 등 각종 생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작년 말 수확한 벼를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원가도 회수하지 못하는 저가에 벼를 판매했기 때문에 쌀값이 상승해도 농민들은 여전히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계속된 가격 하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곡물정책의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산지 쌀값 급등의 배경에는 벼 재배면적 축소 정책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 의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시대가 도래해 매년 자연재난이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벼 재배지 축소를 추진한다면 올해 수확철 이전에 쌀이 부족해질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원료곡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산지유통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비축미 5만5000톤을 대여 형태로 공급한 조치도 강하게 비난했다. 김명기 쌀생산자협회장은 "정부가 시장에 쌀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축미를 방출해 쌀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려 하고 있다"며 "쌀값을 강제로 끌어내리면 농민들의 연간 소득과 직결되는 수확기 쌀값이 하락해 결국 피해는 모두 농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수확기 쌀값 안정화를 촉구하며 벼 재배면적 축소 대신 쌀 수입 중단, 비축미 방출 및 쌀 할인 행사 중단, 밥 한 그릇당 쌀값 300원 보장 등의 요구사항을 외쳤다. 또한 전농과 쌀생산자협회는 정부가 한미 상호관세 협상의 후속조치로 검토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쌀값이 3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 5월 중순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다시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전국 마트 약 1000개소의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둘째 주 쌀 5kg 기준 평균 가격은 4275엔(약 4만437원)으로 전주 대비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월 12~18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4285엔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일본의 쌀값 상승은 저렴한 정부 비축미 유통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가의 햅쌀이 시장에 출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외국산 쌀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식당 등 업무용으로 유통되어 마트의 일반 소비자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식용 쌀의 민간 수입량은 작년 동기 대비 213배 증가한 2만6397톤을 기록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역 인근에서 1차 집회를 마친 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까지 거리 행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