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의회가 19일(현지시각) 정부 기능 중단 사태를 피하기 위한 단기예산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원을 통과한 7주짜리 잠정예산안이 상원에서 찬성 44표 대 반대 48표로 무산되면서 의회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하원은 11월 21일까지 현재 수준의 정부 지출을 지속하는 임시지출법안을 217대 212의 근소한 차이로 승인했다. 해당 법안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본예산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당장의 업무중단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안됐다. 9월 30일까지 예산처리가 완료되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연방기관 운영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원 표결에서는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드러났다. 재정보수파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이번 법안이 이전 바이든 정부의 지출정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의료보험 예산삭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부정적 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의원만이 유일하게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별도로 제시한 대안도 좌절됐다. 정부자금 지원 기한을 10월 31일로 단축하고 건강보험제도 보조금 연장을 포함한 이 제안 역시 표결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올해 종료 예정인 의료보험 지원금 연장이 핵심 조건이라고 주장하며 공화당의 협상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의회의 휴회 일정이다. 19일 오후부터 일주일간 의정활동이 중단되면서 복귀 후 남은 시간이 극도로 제한적이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조기 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언급했으며,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9월 30일까지 워싱턴 복귀를 금지하고 예정된 표결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임시예산안 통과에 민주당 지지가 필요함에도 공화당이 대화를 거부한다"며 셧다운 책임을 상대편에 전가했다. 반면 존 튠 공화당 원내대표는 하원 통과안이 트럼프 대통령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가 마비를 원하며 국경개방과 범죄대응 중단을 추진한다"고 주장하면서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페터먼 의원에게는 지지 표명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당 전체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셧다운 발생 시 행정부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기능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부처 개편과 인력 배치에서 더욱 광범위한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터먼 의원은 "정말로 권위주의를 걱정한다면 왜 마비된 정부를 행정부의 손에 맡기려 하는가"라며 당내 전략을 비판하기도 했다.
셧다운이 실제로 발생하면 수십만 명의 연방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국립공원 폐쇄, 여권발급 지연 등 광범위한 행정서비스 중단이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35일간 정부 운영이 중단되어 약 80만 명의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