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두 자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가방에 담아 방치한 혐의로 재판받던 한국계 여성이 현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클랜드 고등법원 배심원단은 현지시각 23일 이모(44)씨의 살인 및 시신 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씨는 2018년 6월경 당시 9살 딸과 6살 아들에게 항우울제가 든 음료를 섭취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약 7개월 후에 발생한 이번 범죄로, 그녀는 아이들의 유해를 캐리어에 보관한 채 오클랜드의 보관소에 맡기고 곧바로 한국으로 출국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의뢰인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전 가족이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약물 분량 계산 착오로 본인만 생존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검찰측은 피고인의 우울 증상이 심신미약을 입증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자녀 양육 부담에서 벗어나 홀홀단신으로 새출발하려는 계산된 의도가 범행 배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씨는 귀국 후 성명을 개명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2022년 재정난으로 보관료 연체가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보관소 물건들이 인터넷 경매에 나왔고, 낙찰자가 가방 내부에서 아동 시신을 발견해 당국에 신고한 것이다. 이후 수사를 통해 이씨가 용의자로 특정됐고, 울산에서 체포된 뒤 뉴질랜드로 이송됐다.
약 2주간 진행된 재판에서 이씨는 줄곧 침묵으로 일관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한국 출신으로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그녀는 오는 11월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최고 종신형에서 최소 10년간 가석방 금지 형량을 받을 전망이다.